
[이공계 리더를 만나다 1편: 인하대학교 신소재공학과 최리노 교수]
[이공계 리더를 만나다 2편: 인하대학교 신소재공학과 최리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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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화 중심의 반도체 발전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그 방향은 점차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선폭을 줄이는 경쟁을 넘어, 소자 구조를 재구성하고 적층하는 방식의 기술이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반도체 산업은 기술적 한계를 어떻게 넘어설 것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역량이 요구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1편에서 최리노 교수의 연구 분야와 반도체 기술에 대한 큰 흐름을 살펴봤다면, 이번 2편에서는 보다 깊이 있는 이야기로 들어가 보았다. 연구실에서 직접 만난 그는 기술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과 이공계 인재에게 요구되는 역량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생각을 전했다. 미세화 이후의 반도체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그리고 이러한 변화 속에서 엔지니어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기술의 흐름을 넘어, 그 안에서 사람에게 요구되는 본질적인 역량까지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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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인터뷰는 1편에서 이어집니다.
많은 분들이 반도체 미세화가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고 이야기합니다. 실제로 공정 기술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은 맞고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스케일링 자체가 완전히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앞으로는 과거처럼 ‘더 작게 만드는 것’만으로 성능을 끌어올리는 시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미세화와 함께, 소자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훨씬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입니다. 예를 들어 3D 구조나 적층 기술처럼, 기존의 평면적인 접근에서 벗어나 입체적으로 설계하는 방식들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은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니라, 반도체를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앞으로의 반도체는 ‘미세화’와 ‘구조 혁신’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방향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고, 이 두 가지를 어떻게 균형 있게 가져가느냐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리노 교수는 반도체는 이제 미세화를 넘어, 구조 혁신과 함께 발전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렛유인]
최근에는 위기론도 많이 나오고 있지만, 산업적인 기반만 놓고 보면 한국은 여전히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메모리 분야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여전히 강한 위치를 유지하고 있고, 그동안 쌓아온 기술력과 생산 경험도 큰 자산입니다.
다만 앞으로는 상황이 조금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기술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기에는 기존의 강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구조 변화나 새로운 아키텍처, 패키징 기술 등 다양한 영역에서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데, 이런 흐름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고 대응하느냐가 중요해질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단순히 ‘지금까지 잘해왔느냐’보다, 앞으로의 변화를 얼마나 잘 읽고 대응하느냐가 더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학생들을 보면 ‘반도체’라는 키워드 자체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래서 반도체 공정, 소자, 설계와 관련된 과목들을 최대한 많이 듣는 방향으로 준비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기초 공학입니다. 전자기학, 열역학, 구조역학 같은 과목들은 처음에는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나중에 실제 연구나 실무를 할 때 반드시 기반이 되는 지식입니다. 기초가 부족한 상태에서 특정 분야 지식만 쌓게 되면, 단순히 알고 있는 내용은 늘어나지만 새로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은 쉽게 생기지 않습니다.
반대로 기초가 탄탄한 학생은 어떤 분야를 접하더라도 빠르게 이해하고 확장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들에게 항상 “반도체를 잘하고 싶다면, 오히려 반도체만 하지 말라”고 이야기합니다. 기초를 먼저 쌓고, 그 위에 전공을 얹는 방식이 훨씬 장기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많은 학생들이 반도체 과목을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를 강조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그것은 큰 기준이 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저는 그 학생이 얼마나 논리적으로 사고하는지, 그리고 기초가 얼마나 탄탄한지를 더 중요하게 봅니다. 같은 문제를 보더라도 어떤 학생은 단순히 답을 찾는 데 집중하고, 어떤 학생은 문제의 구조를 이해하려고 합니다. 저는 후자에 가까운 학생을 선호합니다.
연구라는 것은 정답이 정해져 있는 일이 아닌,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고 접근하는지가 훨씬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겉으로 드러나는 스펙보다는 사고 방식과 기본기가 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최리노 교수는 본인의 연구실에 스펙보다는 논리적 사고와 탄탄한 기초를 가진 학생이 들어오길 원한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렛유인]
좋은 엔지니어는 단순히 특정 분야 지식을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구조적으로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연구나 산업 현장에서는 정형화된 문제보다 새로운 문제가 훨씬 많이 등장합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암기된 지식이 아니라, 그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접근할 것인지에 대한 사고력입니다. 그래서 저는 기초 → 응용 → 전공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흐름이 잡혀 있어야 새로운 상황에서도 스스로 해석하고 해결할 수 있습니다.
결국 좋은 엔지니어는 ‘부분적인 지식’이 아니라 ‘전체 구조’를 이해하고, 그 안에서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학생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툴’을 갖추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툴은 단순한 기술이나 자격증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수학적 사고력이나 논리력, 데이터를 해석하는 능력, 그리고 최근에는 AI를 활용하는 능력까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은 특정 분야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어떤 분야를 가더라도 계속해서 활용되는 기본적인 도구입니다. 대학 시기는 이런 도구를 만드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이후의 성장 속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왜 이걸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라고 생각합니다. 외부의 기준이나 주변의 분위기에 따라 선택을 하게 되면, 어려운 순간이 왔을 때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스스로 납득하고 선택한 길은 과정이 힘들더라도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들이 단순히 취업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이 분야를 왜 선택했는지에 대해 스스로 고민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오래 가는 사람은 남이 정해준 길을 가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이해하고 선택한 길을 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를 진행한 유이니에게 연구실 장비를 소개해주는 최리노 교수 [사진제공=렛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