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5 나 같은 사람이 대학원에서 연구를 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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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편 목차 ▷ EP.02 대학원이 끌리는 걸까? 취업이 무서운 걸까? ▷ EP.03 취업이 안 돼서 대학원을 떠올리는 건 아닐까? |
EP.04까지 읽었다면 대학원이라는 선택지가 꽤 진지하게 마음속에 자리 잡기 시작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동기도 들여다봤고, 직무에 따라 학위의 가치가 달라진다는 것도 알았다.
"그래, 대학원! 가보자."
그런데 여기서 걱정되는 것!
"학점이 낮은 데 갈 수 있으려나?"
"학점은 그렇다 치고, 나 같은 사람이 연구를 잘할 수 있을까?"
학점은 대학원 입학에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작용한다.
교수님들이 더 좋은 학생들과 함께 연구를 하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에 학점이 낮으면 면담 기회 자체를 얻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학점이 높다고 무조건 합격하는 것은 아니지만, 학점이 낮으면 그게 바로 첫 번째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지금 학점이 낮은 상태라면 그 자체가 진학을 어렵게 만드는 현실적인 요인이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학점은 성실성을 보여줄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이기 때문에 평소에 잘 준비해 놓는 것이 좋다.
(잘 준비해 놔야지!라고 생각한다고 학점이 마음먹은 대로 좋아지진 않겠지만 최선을 다해보시길)
학점이 입학하는데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대학원에 입학한 다음은 어떨까?
학부성적이 좋았던 사람이 연구를 다 잘하는 것도 아니고 성적이 아슬아슬하게 들어왔다고 연구를 못 하는 것도 아니다.
입학의 문턱을 넘은 다음부터는 성적표보다 다른 것들이 훨씬 크게 작용하기 시작한다.
학부 공부와 연구는 다른 일이다
학부 수업은 이미 누군가 풀어놓은 문제를 잘 이해하고 재현하는 훈련이다.
교수님이 범위를 알려주고, 교재가 있고, 풀어야 할 문제가 정해져 있다.
열심히 하면 할수록 점수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연구는 다르다.
아직 아무도 답을 모르는 문제를 스스로 찾아내고, 가설을 세우고, 그걸 검증하는 방법까지 직접 만들어내야 한다.
정해진 범위도, 정답도 없다.
몇 달을 열심히 했는데 가설 자체가 틀렸다는 걸 뒤늦게 깨닫는 일도 흔하다.
학부 캡스톤 프로젝트에서는 교수님이 주제를 주고, 범위를 잡아주고, 중간에 방향이 틀어지면 다시 잡아준다.
대학원에서도 선배들이나 교수님이 조언을 해주긴 하지만, 스스로 고민하고 찾아가야 하는 비중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래서 학부 때 "열심히 하니까 되네?"라는 생각으로 열심히만 했던 사람일수록 연구에서 그 공식이 통하지 않는 순간 당혹스러울 수 있다.
연구에서 요구되는 건 성실함을 넘어 다른 역량들이 더 필요하다.
가설이 틀렸을 때 다시 시작하는 회복력,
결과가 안 나오는 시간을 버텨내는 끈기,
아무도 가보지 않은 방향을 스스로 찾아내는 능력.
이건 해보지 않고는 잘 알기 어려운 부분일 수도 있다.
그동안의 경험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연구에 적합한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완전히 새로운 기준이 필요한 건 아니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돌아보면 이미 신호가 있는 경우가 많다.
1. 모르는 게 생겼을 때 불편함보다 궁금함이 먼저 드는가?
수업에서 이해 안 되는 개념이 나왔을 때 "이거 시험에 나오나?"라는 생각보다 "이게 왜 이렇게 되지?"가 먼저 떠오른 적이 있는가?
연구는 모르는 상태를 오래 견디는 일이다.
그 모름이 흥미로 느껴진 적이 있다면 연구를 하는 데 있어서 좋은 신호가 될 수 있다.
2. 결과가 안 나와도 계속 파고드는가?
프로젝트에서 원하는 결과가 안 나왔을 때 "도대체 어디에서 문제가 있는 거지? 한번 더 찾아보자"라고 했는가?
아니면 빨리 접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라고 했는가?
대학원에서는 몇 달 동안 아무 결과가 안 나오는 게 일상이기 때문에 빨리 접고 싶어 했던 사람이라면 대학원 생활이 잘 맞지 않을 수 있다.
3. 숙제가 아닌데도 스스로 움직인 경험이 있는가?
흥미로운 내용이 있어서 논문이나 책을 찾아봤다거나, 궁금한 걸 해결하려고 주말에 혼자 코드를 짜본 경험이 있는가?
숙제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관심이 있어서
이런 부분은 학점과 상관없지만 연구에 있어서는 훨씬 더 중요한 부분일 수 있다.
4. 스스로 탐색하면서 방향을 설정한 적이 있는가?
졸업 논문이나 팀 프로젝트 등에서 방향을 스스로 정하고 싶었는가?
아니면 누군가가 정해준 것을 하는 것이 편했는가?
연구의 상당 부분은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그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들이 많기 때문에 스스로 방향을 탐색하고 설정하는 것은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된다.
5. 다른 사람의 결과물을 보면서 "나라면 이렇게 해볼 텐데"라는 생각이 든 적이 있는가?
수업에서 다른 사람들의 발표를 듣거나, 다른 팀 프로젝트 결과물을 봤을 때 그냥 받아들이기보다
"이 부분은 왜 이렇게 했지?
"나 라면 다르게 접근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올라온 적이 있다면 이런 성향은 연구에 잘 맞을 수 있다.
연구는 기존의 것을 그대로 따라가는 일이 아니라 자기만의 관점으로 다시 재해석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언급한 다섯 가지 중에 세 가지 이상이 자기 이야기처럼 들린다면, 연구 쪽으로의 고민이 충분히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아직 잘 모르겠는데 대학원에 가고 싶다면 이런 역량을 쌓기 위한 경험을 쌓는 것을 추천한다.
만약 하나도 해당되지 않는다면? 그런데도 대학원이 끌린다면?
크게 성장할 것을 생각하고 도전하는 것을 추천한다.
직접 확인해 보는 게 가장 정확하다
위의 다섯 가지를 머릿속으로 따져보는 것보다 직접 경험해 보는 게 훨씬 빠르다.
가장 좋은 방법은 학부 연구생으로 들어가 보는 것이다.
짧게는 한 학기, 길게는 1년 정도 연구실에서 실제로 지내보면 "이게 내가 버틸 수 있는 환경인가"가 꽤 명확하게 느껴진다.
그게 여의치 않다면, 관심 있는 분야의 논문을 하나 골라서 끝까지 읽어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그 어려움이 짜증인지 궁금함인지를 느껴보는 것만으로도 신호가 된다.
연구 주제 자체에 큰 흥미는 없었는데,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이 의외로 자기한테 맞을 수도 있고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설계하고, 결과를 해석하고, 안 되면 원인을 분석해서 다시 접근하는 과정이 재미있을 수도 있다.
적성은 머리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몸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적성도 방향도 불분명한 상태에서 바로 진학을 결정하는 건 위험할 수 있으니 다양한 형태로 판단할 재료를 먼저 모으는 것을 추천한다.
지금 더 파고 싶은 분야나 주제가 어렴풋이라도 떠오르는가?
거창한 답이 아니어도 된다.
"반도체 소재 쪽을 좀 더 알고 싶다"
"머신러닝이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대로 이해해보고 싶다" 정도면 충분하다.
그런 생각이 든다면 그 답이 맞던 틀리던 경험을 해보고 자신에게 맞는지 점검해 보는 것이 좋다.
자신에게 맞는지 점검할 때 추가적으로 필요한 정보 - 대학원 연구실이라는 곳이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 곳인가? 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확인해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