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공계 리더를 만나다 1편: 인하대학교 신소재공학과 최리노 교수]
[이공계 리더를 만나다 2편: 인하대학교 신소재공학과 최리노 교수]
[이공계 리더를 만나다 3편: 명지대학교 반도체공학부 홍상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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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이후 반도체 산업은 미세화 중심의 경쟁을 통해 발전해 왔지만, 이제는 공정의 복잡성과 장비의 정밀도가 성능과 수율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공정 중 발생하는 미세한 이상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과를 예측하는 기술은 더 이상 보조적인 역할이 아닌,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축이 되고 있다.
홍상진 교수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반도체 공정진단이라는 분야를 개척해 온 연구자다. 공정과 장비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바라보며, 데이터를 통해 이상을 조기에 감지하고 문제를 예방하는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반도체는 어떻게 더 안정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을까. 그리고 이러한 변화 속에서 엔지니어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반도체 공정의 ‘보이지 않는 경쟁력’을 만들어가는 연구자, 홍상진 교수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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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교수님 안녕하세요.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명지대학교 반도체공학부 교수 홍상진입니다. 저는 2010년 명지대학교 반도체공정진단연구소를 신설하고 현재까지 연구소장을 맡고 있으며, 2023년에 수도권 대학 중 3개 대학이 선정된 반도체특성화대학 지원사업에서 명지대학교 반도체특성화대학 사업단장을 맡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명지대학교 산학인재개발원장을 겸하고 있습니다.
Q. 본격적인 인터뷰 시작 전 교수님 커리어의 시작 부분이 굉장히 흥미로운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지금의 연구를 하시게 된 ‘출발점’이 어디였는지 짧게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1990년대 대학 시절에 학업에도 열중했지만 특히 밴드 활동을 열심히 했습니다. 당시 함께 밴드를 했던 친구들 중 대부분은 지금 유명한 가수로 활동 중입니다. 3학년을 마치고 영어를 배우고자 하는 마음에 미국으로 떠난 이후 우연한 기회에 TOEFL 시험에 응시하게 되었습니다. 1년간의 어학연수를 마치고 4학년으로 복학한 이후, 당시 취득했던 TOEFL 점수 덕분에 유학을 준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학부 졸업을 하자마자 미국 조지아텍으로 진학을 한 이후 반도체 제조기술 분야를 전공하고, 특히 실시간 반도체공정진단이라는 산업기술을 학문분야로 연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박사학위 취득 후, 일본 동북대학교 유체과학연구소에서 박사학위과정에서 부족했던 플라즈마를 배우고 연구하던 중에 명지대학교 전자공학과 교수로 초빙되어 대학교수로서 연구하고 학생을 지도하는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Q. 가수의 길을 걸으실 수도 있었을 텐데 반도체 산업에 뛰어드신 것이 흥미롭습니다. 반도체 산업에서도 족적을 많이 남기셨는데, 교수님의 학문적 성취를 간단하게 소개해주세요.
학문적 성과를 말씀드리면, 지난 22년간 반도체 공정진단 분야에서 100편 이상의 SCI 논문을 게재하였고, 국제특허를 포함해 총 16건의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이 가운데 다수의 특허는 국내 반도체 산업계에 기술이전되어 실제 현장에서 활용되는 기술로 발전한 경험이 있습니다.
특히 2015년, 한 학부생과 도전정신으로 시작한 웨이퍼형 공정진단센서 기초연구는 2018년 국내 반도체 장비 기업과의 산학협력으로 이어졌고, 2025년에는 상용화에 성공했습니다. 현재 해당 기술은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해외에서는 마이크론과 글로벌파운드리 등 주요 반도체 기업 및 전공정 장비 기업에 공급되고 있습니다. 당시 함께 연구를 시작했던 학생은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국내 중견기업에서 해당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책임자로 근무하고 있으며, 연구팀 구성원들 역시 동일 기업에서 팀을 이루어 차세대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2026년 2월 기준으로 총 94명의 석·박사 인력을 배출하였으며, 현재도 약 30명의 대학원생이 반도체공정진단연구소에서 미래 공정진단 기술 개발을 위해 연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Q. 반도체 산업에 관심을 가지고 뛰어드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유학을 꿈꾸던 학부 4학년 시절에는 통신칩 설계를 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당시 휴대전화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던 시기였고, 퀄컴이 CDMA 통신 방식의 칩을 독점 공급하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통신칩 설계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하지만 막상 유학을 가보니, 통신칩 설계를 연구하는 교수님의 연구실에는 전 세계에서 모인 뛰어난 학생들이 이미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그 경쟁 속에서 ‘막연한 꿈’을 이루겠다는 생각은, 지금 돌이켜보면 무지에서 비롯된 욕심에 가까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반도체 공정 실습 중심의 학부 수업을 수강하게 되었고, 한 학기 동안 매주 공정 결과가 달라지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면서 반도체 공정에 매료되었습니다. 당시 미국에서는 회로설계 분야가 더 유망하다는 인식이 강했고, 공정개발은 상대적으로 기피되는 분야였기 때문에 오히려 저에게는 공정 연구를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후 식각 공정 개발 연구를 수행하면서, 아무리 노력해도 예상과 다른 결과가 반복되는 상황을 겪게 되었고, “어떻게 하면 공정의 문제를 미리 알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호기심은 장비에 대한 이해로 확장되었고, 결국 실시간 반도체 식각 공정과 장비의 고장 진단 및 예측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게 되었습니다.

홍상진 교수는 통신칩 설계를 목표로 유학을 떠났지만, 공정 실습을 계기로 반도체 공정에 매료되어 공정 문제를 사전에 진단하는 연구로 방향을 전환했다
[사진제공=렛유인]
Q. 그렇다면 반도체라는 거대한 산업에서 공정개발, 진단이라는 지금의 연구 분야를 선택하시게 된 동기도 궁금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내용과 다소 중복되지만, 저는 비전이나 전망, 혹은 겉으로 보이는 매력 때문에 지금의 연구 분야를 선택한 것은 아닙니다. 주어진 일을 더 잘 해내기 위해 고민하고 도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반도체 공정진단이라는 분야에 들어오게 되었고, 그 결과 이 기술을 만들어가는 연구자 중 한 사람으로 자리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2008년부터 서울대학교 플라즈마응용연구실(지도교수 김곤호)과 함께 공정진단기술교류회를 시작해, 현재까지 ‘공진회’라는 이름으로 매년 서울대학교에서 약 200명의 산업계 관계자가 참여하는 기술 중심의 연구 교류회를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식각 공정 장비 하나에서 출발했던 공정진단 연구가 이제는 반도체 8대 공정 전반으로 확장되어 연구되고 적용되고 있는 모습을 보며, 그동안의 과정에 대한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Q. 현재 교수님께서 진행 중인 연구를 간단하게 소개해주세요.
현재도 실시간 반도체 공정진단 연구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2025년에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을 받아 5년간 총 18억 원 규모의 연구비를 확보하였으며, 그동안 개발된 다양한 공정진단 센서를 통합해 보다 정밀하고 빠른 장비 상태 진단 및 공정 결과 예측이 가능한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상용화에 성공한 웨이퍼형 공정진단 센서에 이러한 연구 성과를 통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플라즈마 환경에서 특성을 측정하는 센서는 이미 다수 존재하지만, 이를 실제 웨이퍼 형태로 구현해 공정 챔버 내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기술은 또 다른 차원의 도전이며, 이를 세계 최초 수준의 상용화 기술로 발전시키고자 합니다.
이와 함께 첨단 패키징 분야에 대한 국제 협력 연구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국내 반도체 산업에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패키징 분야는 최근 HBM 제품의 등장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사실 패키징 기술 자체는 이미 미국과 일본에서 상당한 발전을 이뤄왔지만, 메모리 기반 첨단 패키징 수요가 급증하면서 우리나라 기업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된 측면도 있습니다.
다만 국내에는 아직 첨단 패키징 분야에서 필수적인 ‘검증 기술’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현재는 제품을 공급하는 기업만이 기술의 검증 기준을 갖고 있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어떤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 조지아텍 패키징 연구센터와 같은 기관과 협력하여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검증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국내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수많은 반도체 기술 중에서도 교수님의 연구만이 갖는 매력이 있을까요?
반도체 공정진단 기술은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공정 자체를 개선하는 연구라기보다, 공정을 수행하는 장비의 관점에서 오류나 불량 없이 안정적으로 공정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찾는 연구입니다. 하나의 최고 성능 회로를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노후화되고 성능이 저하되는 장비가 스스로의 상태를 이해하고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즉, 장비의 ‘아픈 곳’을 찾아내고 이를 보완해 주는 역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수많은 인재가 모인 회로설계 분야에서 제 역할을 찾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지금은 장비의 상태를 이해하고 문제를 진단하며 해결하는 ‘반도체 공정장비의 의사’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큰 매력을 느끼고 있습니다.
Q. 교수님의 연구가 국내외 반도체 산업이나 기술 발전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 설명해주세요.
사람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고 싶듯이, 반도체 공정 장비 역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정 장비에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장비가 없기 때문에, 고장을 조기에 감지하고 공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며, 빠르게 정상 상태로 복구하는 기술은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필수적인 영역입니다. 박사과정 당시에는 인공지능 모델링을 활용해 장비와 센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장을 진단하는 연구를 수행했는데, 20여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이러한 AI 기반 접근이 산업 전반에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미래를 예견했다기보다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절실함 속에서 다양한 시도를 이어온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연구실 멤버들과 함께 찍은 사진. 가운데가 홍상진 교수 [사진제공=홍상진]
Q. 지난 2~3년간 연구실에서의 마일스톤 중 가장 의미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을까요?
과거에는 대학원생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며 연구를 이끄는 교수였다면, 최근 5년간은 학생들이 스스로 원하는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해 왔습니다. 지금도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실험 장비 부족으로 연구가 제한되는 상황만큼은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박사과정 시절 미국 조지아텍 마이크로전자연구센터에서 경험했던 자유롭고 개방적인 연구 환경은 큰 인상을 남겼고, 이제는 그 환경을 국내, 더 나아가 제 연구실에서 구현하고자 합니다. 학생들이 자신의 가능성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 최근 가장 의미 있는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 이어질 2편에서는 교수님의 주요 연구 분야에 대한 추가 인터뷰와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현재와 미래, 인재 육성과 정책 방향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통찰을 전할 예정입니다.